가족 일상

50대의 나이듦, 그리고 삶을 돌아보는 시간

하늘꽃천사 2025. 6. 4.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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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백 년을 살아오며

내가 50대가 되었다는 사실이 문득 낯설게 느껴진다. 반백 년, 50년이라는 세월은 짧지 않은 시간이다. 그 시간 속에서 나는 웃고, 울고, 사랑하고, 때로는 넘어지며 여기까지 왔다. 젊은 날의 나는 지금의 나를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저 앞만 보고 달려왔던 20대, 30대, 40대. 그런데 이제 50대에 접어드니, 시간이 주는 무게가 조금씩 다르게 느껴진다.

명절에만 짧게 다녔던 친정에  홀로  찾았다.

부모님은 어느덧 80세를 바라보신다. 주름진 손과 느려진 걸음, 그리고 자꾸만 작아지시는 모습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부모님의 늙어감은 익숙한 듯하면서도 늘 새롭게 다가와 마음을 흔든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문득 거울 속 내 얼굴을 보니, 나 또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었다. 부모님의 늙어감과 나의 늙어감이 겹쳐지며, 처음으로 ‘나도 늙어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당황스러웠다. 그 당황스러움은 낯설고, 조금은 무서웠다. 아주 많이 ...

나이 듦의 풍경, 세월의 이야기

20대에는 결혼식이 삶의 큰 축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를 보며,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하곤 했다. 그 시절은 사랑과 설렘이 가득했고, 세상은 끝없이 펼쳐질 것만 같았다. 축배를 들며 웃던 그 순간들은 지금도 마음 한구석에 반짝이는 보석처럼 남아 있다.

30대가 되니 돌잔치 소식이 들려왔다. 친구들의 아이들이 첫 번째 생일을 맞으며, 우리는 서로의 삶에 새로운 가족이 더해지는 기쁨을 나눴다. 그 시절엔 육아의 고단함 속에서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주는 행복이 컸다. 친구들과 모여 아이들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는 서로에게 힘이 되었다.

40대는 대입 축하의 시간이었다. 아이들이 대학에 합격했다는 소식에 함께 기뻐하며, 부모로서의 자부심과 안도감을 느꼈다. 그때는 아이들의 미래를 꿈꾸며, 우리도 여전히 젊다고 생각했다. 세월이 빠르다는 말은 늘 했지만, 그 속에서 나이 듦은 아직 멀게만 느껴졌다.

그런데 50대가 되니 이야기가 달라졌다. 친구들 사이에 들려오는 소식은 점점 무거워졌다. 누군가의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 누군가는 수술을 앞두고 있다는 이야기. 건강과 이별, 그리고 삶의 유한함에 대한 대화가 자연스레 테이블 위에 오른다. 문득, 우리가 그저 젊음 속에 머물렀던 게 아니라, 끊임없이 나이 들어왔음을 깨닫는다.

앞으로의 삶,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친정에서 부모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스쳐가는 풍경처럼 내 삶도 빠르게 흘러가고 있음을 느꼈다.

50대라는 나이는 인생의 중턱쯤에 서 있는 기분이다. 뒤를 돌아보면 지나온 날들이, 앞을 보면 아직 펼쳐질 날들이 보인다. 하지만 그 날들이 무한하지 않다는 걸, 이제는 안다.

앞으로의 삶은 좀 더 나를 아끼며 살아가고 싶다. 젊은 날의 나는 늘 누군가를 위해 달렸다. 가족, 친구, 그리고 책임감 속에서 나를 돌볼 시간은 늘 뒤로 미뤄졌다. 하지만 이제는 나 자신에게도 따뜻한 시선을 주고 싶다. 건강을 챙기고, 내가 좋아하는 일에 시간을 내고, 작은 순간 속에서도 기쁨을 찾고 싶다.

그리고 부모님과의 시간을 더 소중히 여기고 싶다.

80세를 바라보시는 부모님의 시간은 내게도 유한하다는 걸 깨달았다. 자주 전화하고, 자주 찾아뵙고, 그분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듣고 싶다. 부모님의 주름진 손을 잡으며, 그 손이 내게 준 사랑을 다시금 되새기고 싶다.

50대는 어쩌면 삶을 다시 배우는 나이인지도 모른다.

젊음의 열정 대신 깊이 있는 성찰을, 끝없는 달리기 대신 천천히 걷는 법을 배워가는 시간. 나이 듦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삶의 또 다른 색깔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나는 그 색깔을 받아들이며, 더 단단하고 따뜻한 50대를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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